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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98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2회

제3장 고뇌 제2회 (몸을 돌려 관객 쪽을 향해 말을 한다) 여기에 모인 여러분, 오늘은 한 번 이 노인네의 푸념이나 들어 주십시오. 뭐 그리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오오. 제가 무슨 잘못을 하였습니까. 하나님은 왜 이처럼 고난과 역경을 내리신단 말입니까. 조부 아브라함에게는 약속의 하나님, 예비하시는 하나님이셨습니다. 아버지 이삭에게는 채우시는 하나님, 주시는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런데 왜 이 야곱한테서만은 야속한 하나님이십니까. 빼앗는 하나님이신지 모릅니다. 아버지 이삭이 저희 형제를 얻은 것은 60세 때였습니다. 노년에 얻으셨지만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이삭을 얻은 나이가 100세인 것을 감안하면 40년이나 이른 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를 어머니 리브가로부터 들은 적이..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3회

제3장 고뇌 제3회 항상 그러면서 잠에서 깨어납니다. 심장은 가슴을 두드리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있지요. 그리고 오른손에는 있는 힘껏 무엇인가를 잡아 당긴듯한 촉감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웃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틀림없이 130년 전 제가 태어날 때 기억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돼! 머물러 있으면 안 돼! 팔을 뻗어! 손으로 잡아! 이 목소리는 제 평생을 따라다녔습니다. 어쩌면 아버지의 모습을 달갑지 않게 보았던 어머니 리브가의 영향이 컸는지도 모르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매사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두 분의 만남은 이랬습니다. 아버지 결혼상대를 찾기 위해 조부 아브라함은 가장 신뢰하는 종을 시켜서 자신의 고향인 ‘아람 나하라임’이라고도 불리는 메소포타미아로 보내셨지요...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4회

제3장 고뇌 제4회 마침내 리브가는 끝까지 해냈습니다. 그제서야 종이 그녀에게 어디 사는 누구인지 물었더니 그 답을 듣고 놀랐습니다. 조부 아브라함의 동생인 나홀의 아들 브두엘의 딸이라는 게 아닙니까. 쉽게 말하자면 이삭의 아버지의 동생의 아들의 딸……촌수로 하자면 5촌. 더 쉽게 말하자면 꽤나 가까운 친척이라는 말이 되지요. 여러분께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는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아브라함이 아들의 신부 감을 찾기 위해 저 멀리 자신의 고향까지 종을 보냈던 이유는, 이방인이 아니라 가능한 한 자신과 가까운 인물을 찾기 위해서인데, 가깝다 못해 친척을 찾아낸 것이니 이처럼 반가운 일은 없지요. 조부 아브라함의 종은 자신이 거기까지 오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이를 들은 그녀의 아..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5회

제3장 고뇌 제5회 하루는 아버지가 우물을 팠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웃이 와서 그 우물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싸워야지요. 다투어야지요. 지켜내야지요. 물리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지요. 그러나 아버지는 이를 양보했습니다. 그냥 내주었지 뭡니까. 그리고는 다른 곳으로 옮겨 우물을 팠습니다. 그랬더니 또다시 이웃들이 시비를 겁니다. 그 우물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싸우겠지.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렀겠지 하고 짐작했었지만, 아버지는 이 때도 역시 내주었습니다. 고생해서 땀 흘려 파낸 우물을 땡전 한 푼 받지 않고 줘버렸지 뭡니까. 어머니는 이를 보시고서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릅니다. 저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입니다. 내 것을 ..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6회

제3장 고뇌 제6회 아아, 장손. 아아, 장자권. 제가 태어날 때부터 그토록 원했던 장자권을 저 자는, 저 붉고 털북숭이에 짐승을 쫓아다닐 줄 밖에 모르는 에서는 제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얻을 수 없는 장자권을 아무런 노력 없이 차지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장자권은 사치입니다. 무용지물입니다. 값진 진주를 돼지 앞에 던져주는 것이나 다름 없는 노릇입니다. 저는 기회를 노렸습니다. 아아, 참으로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온 것입니다.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에서는 사냥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장손으로서의 책임을 잊지 말고, 어디를 가든지 몸조심 하도록 일렀으나 에서는 언제나 이를 경솔하게 여기며 한쪽 귀로 흘려 들었습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7회

제3장 고뇌 제7회 그러자 에서는 말합니다. 장자의 명분? 내가 지금 배가 고파 정신이 혼미한데, 먹을 수도 없는 장자의 명분이 뭐가 대수냐. 여기서 안심하면 안 됩니다. 기회는 한 번 뿐입니다. 단단히 다짐을 받아 놓아야 합니다. 저는 재차 확인했습니다. 형님, 그렇다면 장자의 명분을 이 야곱한테 파시겠다고 맹세해주세요. 예상했던 대로 그는 화를 냅니다. 알았어. 맹세해. 맹세할게. 장자의 명분 따위는 너나 다 가져라. 그러니, 어서 그걸 내놓으란 말이야 그 순간, 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떡이고 팥죽이고 간에 모든 것을 버리고 기뻐 뛰어다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해야 합니다. 침착하게 일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에서가 저에게 장자권을 팔았으니 대금을 지불해야만 하지요. 그렇지 않는다면 계약 ..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8회

제3장 고뇌 제8회 그는 아버지의 바램을 무시한 채, 아브라함의 고향인 ‘아람 나하라임’, 그러니까 메소포타미아가 아닌 헷 족속 여인을 사랑하여 결혼까지 해버렸던 것입니다. 그것도 두 아내를 한 번에 맞이한 것입니다. 어쩌면 이리도 무지할 수가 있을까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택하시고 이루려고 하시는 그 뜻을 알지도 못하고, 그저 자기 눈에 좋을 대로 행동하는 저 어리석은 에서의 모습이라니요! 보십시오. 이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얼마나 근심하셨는지를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에서에게 효심이 있다는 말도 거짓이요, 장자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것도 거짓이요, 하물며 아브라함의 축복을 이어 나갈 능력이 있다는 것도 거짓입니다. 그는 어차피 세속적이고 어리석은 인간입니다. 그가 사랑한 것은..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9회

제3장 고뇌 제9회 당신이 사랑한 에서를 보십시오. 그는 하나님의 계획을 모릅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아브라함과의 언약도 모릅니다. 하나님도 에서는 미워하실 것입니다. 그가 있는 곳은 황폐해지고 그가 가진 모든 재산들은 광야에 있는 이리떼들에게 넘겨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야곱은 에서보다 강해질 것이요, 에서는 야곱을 섬기게 되어야 마땅합니다. 하나님은 이 야곱을 사랑하십니다. 이 야곱이야말로 언약의 혈통을 이어갈 인물인줄 왜 모르십니까. 왜 인정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당장이라도 아버지 앞으로 달려가서 제 마음을 쏟아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가슴 속에서 또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돼! 머물러 있으면 안 돼! 팔을 뻗어! 손으로 잡아!” 어머니는 제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10회

제3장 고뇌 제10회 아버지……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부르자 조금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십니다. 그러면서 고개를 이 쪽으로 돌리시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상상이 가십니까. 아버지는 물으십니다. 그래, 나를 부르는 너는 누구냐.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저는 결사적인 각오로 말씀 드렸습니다. 에서입니다. 아버지 장자인 에서입니다. 분부하신 대로 사냥한 염소로 요리를 만들었으니 마음껏 드십시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미심쩍은 눈치입니다. 목소리도 목소리이지만 사냥하고 요리를 한 것치고는 너무나도 일찍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알고는 있었으나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기회는 단 한 번 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제 팔을 쓰다듬었습니다. 목소리는 야곱인데 팔은 에서라면서 몇 번..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11회

제3장 고뇌 제11회 그러나 다소 계산착오는 있었습니다. 만약 에서가 이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팔았을 때처럼, 금새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어머니가 황급히 저를 찾아오시더니 어서 도망치라고 합니다.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에서가 저를 죽이겠다며 찾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솔직히 에서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였겠지요. 하지만 이제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일은 이미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난 다음 자신의 고향으로 도망치라고 합니다. 에서의 화가 풀린 후에 다시 불러오겠다고 합니다. 제가 속인 아버지를 염치도 없이 어찌 만날 수 있겠습니까.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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