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7회

홍성필 2021. 8.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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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고뇌 제7회

그러자 에서는 말합니다.

장자의 명분? 내가 지금 배가 고파 정신이 혼미한데, 먹을 수도 없는 장자의 명분이 뭐가 대수냐.

여기서 안심하면 안 됩니다. 기회는 한 번 뿐입니다. 단단히 다짐을 받아 놓아야 합니다. 저는 재차 확인했습니다.

형님, 그렇다면 장자의 명분을 이 야곱한테 파시겠다고 맹세해주세요.

예상했던 대로 그는 화를 냅니다. 알았어. 맹세해. 맹세할게. 장자의 명분 따위는 너나 다 가져라. 그러니, 어서 그걸 내놓으란 말이야

그 순간, 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떡이고 팥죽이고 간에 모든 것을 버리고 기뻐 뛰어다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해야 합니다. 침착하게 일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에서가 저에게 장자권을 팔았으니 대금을 지불해야만 하지요. 그렇지 않는다면 계약 자체가 성사되지 않습니다. 제가 그에게 떡과 팥죽을 건네주어야 비로소 제가 장자의 명분을 얻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갓 구어 낸 떡과 붉은 팥죽을 정성껏 차려주었습니다. 에서는 제 마음도 모르고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아아, 야곱. 그렇습니다. 제 이름은 야곱입니다. 발뒤꿈치라는 뜻이지요. 에서로부터 장자의 명분, 장자권을 빼앗기 위해 모태에서 나올 때 잡은 그의 발뒤꿈치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 야곱이 이제는 뜻을 이룬 것입니다. 태어날 때 갈망했던 꿈을 이제서야 이루어낸 것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무엇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아버지는 에서를 사랑하고 그가 잡아오는 사냥감을 즐겨 먹었습니다. 에서가 아버지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것은 사냥이었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것은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아하, 그러고 보니 또 사랑했던 것이 있었지요.

아버지 이삭은 에서가 장자권을 저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에서가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아버지에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요. 장자권의 양도는 아버지의 승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에서의 어리석은 선택에 의해 이미 성사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에서의 결혼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쌍둥이 형제였기 때문에 저도 당연히 에서와 동갑이었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사랑하는 에서의 결혼을 우선시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 머리에는 어머니를 얻었던 나이인 마흔 살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습니다. 우리 형제가 마흔이 되는 해는 아버지 이삭이 백 세를 맞이하는 해이기도 했지요. 조부 아브라함을 사모하던 아버지는 어머니 리브가를 얻었을 때의 본을 따라 에서의 부인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이 어리석은 에서가 한 짓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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