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2회

홍성필 2021. 8.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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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고뇌 제2회

(몸을 돌려 관객 쪽을 향해 말을 한다)

여기에 모인 여러분, 오늘은 한 번 이 노인네의 푸념이나 들어 주십시오. 뭐 그리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오오. 제가 무슨 잘못을 하였습니까. 하나님은 왜 이처럼 고난과 역경을 내리신단 말입니까. 조부 아브라함에게는 약속의 하나님, 예비하시는 하나님이셨습니다. 아버지 이삭에게는 채우시는 하나님, 주시는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런데 왜 이 야곱한테서만은 야속한 하나님이십니까. 빼앗는 하나님이신지 모릅니다.

아버지 이삭이 저희 형제를 얻은 것은 60세 때였습니다. 노년에 얻으셨지만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이삭을 얻은 나이가 100세인 것을 감안하면 40년이나 이른 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를 어머니 리브가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쌍둥이 형님 에서와 함께 어머니 복중에 있을 때 밤낮을 안 가리고 싸웠다고 하더군요. 괴로워하는 어머니를 대신해서 아버지 이삭이 기도를 드렸더니, 하나님은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다더구만요. 리브가의 뱃속에는 두 민족이 있다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두 민족. 두 민족……. 하하하. 두 민족이라니요!

하나님이라는 분은 본래 허풍이 센 편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본래 저희 집안 내력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무엇이든 크게 말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제 나이 열 다섯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아브라함도 민족이나 자손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지요. 아브라함의 자손이 밤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고 이 땅의 티끌처럼 많게 하시겠다고 하나님이 말씀하셨답니다. 이와 똑같은 말씀을 아버지 이삭도 하나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이에요. 단 하나 확실한 것은, 할아버지 아브라함은 175년을 사는 동안 이스마엘과 이삭을 얻었을 뿐이고, 10년 전에 1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이삭은 저와 에서를 얻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밤하늘의 별? 바닷가의 모래? 그것 참. 흥!

저희 형제가 태어나던 날, 저보다 간발의 차이로 먼저 나온 에서는 그 때부터 피부가 붉었다고 하지요. 거기다가 털이 많아 이름을 ‘에서’라고 하고, 제가 태어날 때에는 먼저 나오는 에서의, 발의, 여기……(자기 발꿈치를 가리킨다. 한쪽 발로 서 있기 때문에 자세가 불안정하다) 발꿈치를 잡고 나왔기 때문에 이름을 ‘야곱’이라 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왜 발꿈치를 잡았는지, 모태에서 나오기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지금도 가끔 꿈을 꾸지요. 너무나도 조급한 심정입니다. 태중에서의 오랜 싸움은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두움 속에서 한줄기 빛을 향해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로부터, 아니, 제 가슴 속에서부터 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돼! 머물러 있으면 안 돼! 팔을 뻗어! 손으로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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