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20회

홍성필 2021. 8. 1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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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고뇌 제20회

라반이 돌아간 후 저는 이제 더 큰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땅, 그리운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는 데에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아무래도 에서였습니다. 20년이나 지났습니다. 에서를 피해 집을 나섰을 때가 77세였으나 지금은 97세, 이제 조금 있으면 100세입니다. 서로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철도 들을 만큼 들었으니 과거 일을 좀 잊어주었으면, 그리고 나를 받아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에서의 화가 가라앉으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던 어머니 리브가로부터 소식이 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안해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 얍복 나루에 다다랐습니다. 너무나도 초조한 마음에 우선 하인을 하나 보내어 형님의 동생 야곱이 왔다고, 아니, 아니지. 형님의 ‘종’ 야곱이 왔다고 알리도록 전하고는 상황을 보고 오도록 했습니다. 아주 부드럽게 공손한 말투로 해야 한다고 단단히 일렀지요.

그런데 이 하인이 급히 돌아와서 하는 말이, 에서가 장정 400여명을 이끌고 이 쪽으로 출발했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냥 계시지 왜 오십니까. 그것도 장정 400여명이나 데리고 온다니 심상치가 않습니다. 틀림없습니다. 형님은 아직 과거를 잊지 않고 계십니다. 분명합니다. 이 야곱이 형님의 장자권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버지의 마지막 축복까지도 가로챘다는 사실에 대해 여전히 앙금이 있는 것입니다. 큰일났습니다. 난리 났습니다. 이걸 어찌하면 좋습니까.

저는 불안하고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에 기도를 드렸지요. 하나님, 당신이 가라고 해서 순종하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저를 인도해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에서 형님께서 장정 400명이나 데리고 온다면 꼼짝없이 저는 죽고 맙니다. 어디 저 뿐인가요? 여기 있는 재산들은 모두 빼앗기고 라헬과 아이 엄마들까지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 자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아브라함과 이삭의 자손을 하늘의 별과 바다의 모래알처럼 번성하게 하신다면서요. 그런데 여기서 모두 다 죽으면 어쩌시려 하십니까.

아무리 기도를 해도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밤새도록 형님께 바칠 예물들을 정리했습니다. 염소 220마리, 양 220마리, 낙타와 암소와 황소 등등 제게 필요한 최소한만 제외하고 모두 다 바치기로 했습니다. 지금 저와 우리 가족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이런 가축들이 문제겠습니까.

하인들을 시켜서 가축들을 몇몇 무리로 나눈 다음 차례대로 형님한테 바치게 해서 노여움을 조금씩 풀고서는 마지막에 제가 만나려고 했지요. 이 방법, 괜찮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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