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23회

홍성필 2021. 8. 1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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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고뇌 제23회

라헬을 잃은 슬픔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처럼 사랑스러운 베냐민을 얻게 되었기에, 라헬을 잃은 슬픔으로부터 조금씩이지만 회복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요셉과 베냐민 밖에 없습니다. 이 나이에 자손을 얻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요셉과 베냐민은 제게 있어서 이제 라헬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라헬보다도 더욱 소중한 존재인 것입니다. 요셉과 베냐민을 보면 라헬을 보는 것이요, 요셉과 베냐민이 웃으면 라헬이 웃는 것이요, 요셉과 베냐민이 말하면 라헬이 말하는 것이요, 요셉과 베냐민이 먹고 마시면 라헬이 먹고 마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요셉과 베냐민은 제 기쁨이자 희망 그 자체였습니다. 이토록 험한 삶을 살아온 제게 있어서 한 가닥 소망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제 요셉마저! 요셉마저!

아아,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은 이러시지 않았습니다. 주시는 하나님, 채우시는 하나님, 풍족하게 하시는 하나님, 자비의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렇다면 야곱의 하나님도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야곱의 하나님은 무엇이었습니까. 야곱의 하나님은 빼앗아가는 하나님이십니다! 잔인한 하나님이십니다! 비웃는 하나님이십니다!

저는 노력했습니다. 아브라함보다, 이삭보다 더 잘 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가만히 있었을지언정 저는 제 힘으로 노력하면 더욱 잘 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에서 형님을 만나기 전, 얍복강을 건너기 전에, 가축들은 먼저 배를 태워 보내고, 밤이 되어 아내들과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저는 홀로 남아 잠시 동안 제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봤습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돼! 머물러 있으면 안 돼! 팔을 뻗어! 손으로 잡아!

저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기를 쓰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여러 가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나…… 하고 말이죠.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가.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왔던가 하고 말이죠.

아름다운 아내? 물론 라헬은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라헬을 얻기 위해 7년, 아니, 14년을 그 지독한 외삼촌 라반 밑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요셉도 얻을 수가 있었지요. 물론 레아나 실바, 빌하를 통해 얻은 아이들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 아니지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눈만 감으면 레아 보다도 실바나 빌하 보다도 라헬이 먼저 떠오르는 것을,

르우벤이나 시므온이나 레위나 유다나……그 다음이 누구였더라……(쑥스럽다는 듯이 웃는다) 뭐, 아무튼, 그 녀석들보다도 요셉이나 베냐민이 먼저 떠오르는 것을 말입니다. 하하하 (씁쓸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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