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야기

감사와 낙담, 그리고 감사

홍성필 2018. 4. 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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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학원, 독서실, 집. 하루에 15시간을 책상에 앉아있었습니다. 37권의 문제집을 풀었고 20권의 연습장을 다 썼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떨어졌습니다. 상자에 넣어둔 책을 다시 책장에 꽂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는 더 행복해 질 것이다.”

 오래 전 텔레비전에 나오는 어떤 기업 광고입니다. 이 광고를 제작한 감독이 과연 믿음이 있는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보면 볼수록 매우 은혜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대입은 마치 인생 전부를 좌우하는, 어떻게 보면 이를 최대가 아닌 유일한 목표로 삼게 되어, 입시철에는 수능이 끝난 후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한 학생에 관한 불행한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올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그와 같은 경험이 있는지라 그 날에 겪는 고통은 이해가 가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나고 난 지금, 만약 낙담하고 있거나 불행한 결정을 내리려는 학생을 만났다면 나는 과연 어떤 말을 건넬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대학이 전부가 아니야. 살다 보면 이것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어.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 등등 많은 말을 해줄 수 있겠으나 제 경험상으로 보자면 어떤 말도 위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저 자신보다도 안타까워하며 위로해주려 하는 가족이나 제 주변사람들을 보는 것이 더욱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저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되었다고는 하나 주변 사람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마음을 아파해야 했으니까요.

 비단 대학이라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얼마든지 좌절을 경험할 수도 있으며 “정말 내가 이 시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 가끔 불어 닥치는 것 같습니다. 하물며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도 말입니다. 또한 꼭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만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매우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도 우리는 가끔 ‘감사와 낙담’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지난 금요일에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사안에 있어서 이 일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지, 무엇을 어떻게 벌여야 할지 막막했을 때 잠시 눈을 감고 주님께 도와달라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더니 저 개인의 힘으로는 할 수도 없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해 있었으며 주님의 깊고도 오묘하신 섭리가 놀라웠습니다. 금요 연습시간이 다가오고 저는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는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연습실에 도착하고 가방을 내려놓은 후 평소처럼 카메라를 꺼내려고 하자 가방에 없었습니다.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제 자리에 카메라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해도 역시 없다고 합니다. 다시 제 가방을 자세히 살펴보니 너무 낡아서 카메라가 있던 곳이 찢어져 있더군요. 아무래도 교회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가방을 왜 미리 새로 사지 않았을까. 카메라를 평소에 좀 더 안쪽에 집어넣을 걸. 다른 곳도 아닌 교회에 가는 길에 잃어버리게 하시다니 주님도 무심하시지. 몸도 피곤한데 연습을 하루 정도 빠져도 됐을 텐데 뭘 오느라고 설쳤다가 이런 일을 당했을까…….”

 그야말로 무책임한 방향으로 생각은 흘러갑니다. 주님께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카메라 하나가 아닌, 전세계 모든 카메라 공장까지도 주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십니다. 잃어버린 카메라는 요즘 유행하는 고가의 DSLR도 아니며, 무엇보다 오늘은 주님의 큰 은혜를 체험했는데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참으로 한심했습니다. 이래서야 어찌 놀라운 홍해의 기적을 보고도 고작 마실 물이 없다며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했던 유대인들(출 15:24)을 나무랄 수 있겠으며,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수 많은 사람들을 먹인 기적을 두 번이나 체험하고서도 얼마 후 자신들이 먹을 떡을 가지고 오지 않아 고민하던 제자들(막 8:14~21)을 비웃을 수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받은 복’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눈앞에 있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찼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이는 단순히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하나의 사건을 기념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죄악을 이기고 죽음의 권세를 물리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옛 것을 버리고 영적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 (엡 4: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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