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16회

홍성필 2021. 8. 1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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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결단 제16회

 내가 기뻐했을 것 같은가. 아니네. 처음에는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르오. 당연하지 않은가. 술 담당관이 나를 살려주신다면 그 분께서 부르시지 않겠는가. 만일 술 담당관께서 내 억울함을 폐하께 아뢰어주셔서 내가 석방된다 하더라도 폐하께오서 직접 나를 부르실 리가 없소. 그렇지 않았다면 보디발 장군께서 명령이 내려왔을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갑자기 폐하께오서 직접 나를 찾으신다니 어떻게 된 영문이지 몰랐었네. 뜻하지 않은 전개에 나는 놀랐소. 하지만 그렇다고 거역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이미 기다림도 소망도 잃어버린 상태였소.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기다림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망각에 의해 나는 기쁨이나 공포마저도 모두 잊어버린 것만 같았소. 거기서 나온 후 내가 요리 담당관이나 다른 비극적인 관료들처럼 나무에 달려서 새들이 내 몸을 뜯어 먹는다 하더라도 상관없소. 이 세상에 이름 없이 왔다가 이름 없이 떠나가는 영혼이 얼마나 많겠는가. 나도 어차피 그 중 하나에 불과한 작은 영혼일 뿐. 이 땅에 작은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먼지와도 같은 존재처럼, 그저 이 땅 위에 있었던 작은 목숨이니 조용히 왔다가 쓸쓸히 사라져갈 따름이오. 피를 나눈 형제들에게 버림 받고 노예로서 팔려왔다가 수치스러운 누명을 쓰고 죽어간다 하더라도 무엇 하나 두려울 것 없네. 어찌되었든 더 이상 내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잖소.
 미래가 영광으로 이어지는 길이든 형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든 간에 나는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따르기로 했네.
 몇 년 만에 장벽 바깥으로 나온 것 같았소. 감옥 안에서 바라보았던 하늘과는 분명히 달랐소. 같은 하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색깔이 달랐었소. 
 나는 폐하가 보내신 사자들 따라 가서는 거기서 알현을 위한 채비를 갖추었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묻지도 않았네. 물어서 뭘 하겠는가. 알아서 뭘 하겠는가. 내 힘으로 하나님의 입을 열 수도 없는 것처럼 내 힘으로 인생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더이다.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왕궁은 눈이 부셨소. 신하들이 입고 있는 옷들은 태양보다도 빛나 보였네. 바닥도 벽도 반짝이고 있었소. 아무리 감정이 메말라있었다고는 하나 내 앞에 펼쳐지는 복도 위를 걷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었소. 이처럼 빛나는 바닥 위를 밟아도 되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었을 정도였소.
 광활한 호화로운 복도를 지나자 큰 문이 보여왔소. 천천히 문이 열리고는 그대로 따라 들어가자, 거기에는 위대한 위엄이 기다리고 계셨네. 그렇소. 폐하였소. 이집트를 통치하는 바로 왕, 세계를 움직이는 황제폐하였던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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