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19회

홍성필 2021. 8. 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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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결단 제19회

 얼마 전에 본궁으로 돌아오자 두 분의 손님이 기다리고 계시더군. 한 분은 술 담당관이셨고, 또 한 분은 친위대장 보디발 장군님이셨소. 내가 집무실에 들어서자 두 분이 무릎을 꿇으시려 하기에 황급히 만류했었지요. 아무리 폐하의 총애를 받고 있다고는 하나, 예전에 신세를 많이 진 분들이오. 술 담당관님은 2년이나 나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거듭 사과하셨고, 보디발 장군님은 자신도 진실을 알고는 있었으나 어찌할 수가 없으셨다며 용서를 구하셨네.
 나는 우선 술 담당관께 말씀 드렸소. 
 “2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담당관님께서 부르신다는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담당관님께서 저에 대하여 곧바로 폐하께 말씀 드려주셨더라면, 조금은 더 일찍 석방되었을지는 모르나 저는 여전히 노예였을 것입니다. 단지 죄 있는 노예가 죄 없는 노예로 변했을 뿐이었겠지요. 아무런 미래도 소망도 자유도 없이 예전처럼 하루하루 살아가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2년 후에 저를 기억해주신 덕분에 지금의 영광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주관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돌립니다.”
 한편, 보디발 장군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다소 난처했소. 노예로서 장군님과 그 가족을 위해 섬길 당시에도, 사실 그 부인에 대한 여러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입밖에 낼 수야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장군께서도 겉으로는 화를 내시긴 하였으나 옥에 갇혀있을 동안에도 많은 배려를 해주시곤 했네. 그 부인 밑에서 일할 바에야 감옥살이가 차라리 편했을지도 모르는 일일세. 하하하.
 나는 잔치를 배설하고 두 분과 즐거운 자리를 함께할 수가 있었소. 참으로 따뜻한 만남이었네. 모두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모두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를 이곳까지 이끌어주셨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겠소.
 그러나, 아스낫. 나는 기억하고 있네. 열 명의 피를 나눈 형들을 잊을 리가 있겠는가. 저들이 내게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잊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런 저들과의 재회가 즐거울 리도 없고 따뜻할 리 만무할 것이오. 그들과 만난다니 당치도 않소. 나는 그 정도로 한가하지 않단 말이오!
 흠…….
 (잠시 생각하며 실내를 천천히 배회한다)
 (점차 수상쩍은 표정을 지으며 웃기 시작한다)
 후후……. 하지만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군.
 (큰 소리로 웃는다)
 좋소이다. 자신들의 질투와 증오로 나와 아버지 사이를 찢어놓고, 나와 베냐민 사이를 찢어놓은 그들이 왔다고 했나. 좋소이다. 만납시다. 한 번 만나봅시다.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퇴장)

 제1장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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