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9회

홍성필 2021. 8. 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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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고뇌 제9회

당신이 사랑한 에서를 보십시오. 그는 하나님의 계획을 모릅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아브라함과의 언약도 모릅니다. 하나님도 에서는 미워하실 것입니다. 그가 있는 곳은 황폐해지고 그가 가진 모든 재산들은 광야에 있는 이리떼들에게 넘겨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야곱은 에서보다 강해질 것이요, 에서는 야곱을 섬기게 되어야 마땅합니다. 하나님은 이 야곱을 사랑하십니다. 이 야곱이야말로 언약의 혈통을 이어갈 인물인줄 왜 모르십니까. 왜 인정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당장이라도 아버지 앞으로 달려가서 제 마음을 쏟아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가슴 속에서 또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돼! 머물러 있으면 안 돼! 팔을 뻗어! 손으로 잡아!”

어머니는 제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벌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축복은 네가 받아야 한다고.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눈이 어둡기 때문에 네가 대신 가서 축복을 받으라고 말입니다.

솔직히 저는 당황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저는 축복 받기를 원했지 저주 받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득이 되는 일은 해왔지만 손해 볼 수도 있는 일은 가급적 피해왔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번 일이 들키기라도 해보십시오. 축복은 고사하고 저주를 받게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못합니다. 아니 될 말씀입니다. 이 야곱이 일생을 망칠 수는 없습니다.

아아, 5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눈이 어둡다고는 하나, 건장한 체구에 털이 많은 에서와, 왜소한 몸집에 매끈매끈한 피부를 가진 저는 너무나도 차이가 납니다. 더구나 저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요리를 만들 줄 모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저주를 받게 되는 일이 생기면 그 저주는 모두 자신이 받을 테니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성화입니다. 그러고는 에서의 옷을 가져와 제게 입히고서 몸에서는 에서의 냄새가 나도록 하고, 손과 팔은 양가죽을 덮어서 털이 난 것처럼 꾸미자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서 염소 두 마리를 가져오면 요리를 만들어 올 테니, 그것을 가지고 아버지한테로 가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럴 때 보면 여성의 강인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먼 옛날 메소포타미아 우물가에서 열 마리 낙타에게 물을 먹였을 당시의 어머니 눈빛을 본 듯했습니다.

어머니가 가져다 준 염소 요리를 들고 아버지가 계신 방으로 들어갈 때 제 손은 떨고 있었습니다. 머리와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체취와 팔에 난 털은 옷과 양 가죽으로 속일 수는 있을지언정 목소리는 어찌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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