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12회

홍성필 2021. 8. 13.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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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고뇌 제12회

얼마나 걸었을까요. 외삼촌 라반을 찾아 갔더니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참으로 반갑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여 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 저는 한 달 동안 그 집에 머물면서 외삼촌의 일을 도왔습니다. 

그러는 저를 불쌍히 여겼는지, 아무리 친척간이라 하더라도 무보수로 일을 하도록 할 수는 없다면서 제게 월삯을 정하라고 하더군요. 그때 마침 제 머리에는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지요. 아내를 맞이할진대 가나안 딸들이 아닌 라반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라는 말씀입니다. 그에게는 당시 두 딸이 있었습니다. 위는 레아, 동생은 라헬이었습니다. 아아, 라헬. 그녀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밧담하람에 도착하여 처음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저는 철도 없이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들판에서 양을 모는 그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습니다.

가축이나 재물은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라헬, 저 아름다운 소녀 라헬은 바로 여기 이곳에만 있습니다. 저는 망설임 없이 라헬을 아내로 달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을 위하여 7년을 섬길 것을 말씀 드렸지요. 은금을 요구할 줄 알았던 외삼촌은 놀라더니, 너와 나는 피를 나눈 한 집안이기에, 내 딸을 남에게 주는 것보다 낫다고 하면서 흔쾌히 승낙하였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하루하루가 즐거움의 나날이었습니다. 이 나이를 먹도록 마음에 둔 여인이 없었으나, 처음으로 여인을 사랑한 것입니다. 사랑이란 참으로 신기합니다. 일이 아무리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이처럼 마음에 기쁨이 넘칠 수가 있다니 말입니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고단한 몸을 침상 위에 눕힐 때 조차도 아침을 기다리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그만큼 라헬에게 가까워지는 일이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외삼촌 라반은 대단히 좋은 사람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라반과의 악연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어찌 제가 알았겠습니까.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부지런히 일했지요. 외삼촌을 위한 일이 아닌 라헬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헌신적으로 일하였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7년이 지났을 때, 저는 라반에게 라헬과 혼인시켜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라반은 벌써 그렇게 되었냐면서 그 지역 사람들을 다 모아 잔치를 베풀어주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본가에 있을 때를 기억하면 항상 아버지는 장자라는 이유로 에서를 내세웠습니다. 모든 잔치, 모든 행사에 있어서 그 가운데에는 아버지와 에서가 있었지요. 어머니와 저는 그 곁을 지키면서 허드렛일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잔치는 제가 주인공이었습니다. 라헬을 맞이하는 새신랑 야곱이 그 잔치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모두가 저를 축하해주었습니다. 모두가 저와 기쁨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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