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13회

홍성필 2021. 8. 13.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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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고뇌 제13회

희락과 포도주에 취했기 때문일까요. 자리에 눕자 저는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어갔습니다. 난생 처음 여인을 안은 것 같았으나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그래도 저는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라헬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얻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게 웬 일입니까. 아침에 일어나보니 제 곁에 누워 있는 이는 라헬이 아니라 그의 언니 레아였습니다. 그녀는 시력이 약해서 실수로 제 곁에 누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외삼촌 라반이 저를 속이고 라헬 대신 레아를 제 옆에 누인 것이었습니다.

라반은 나쁜 사람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지나간 7년은 누구를 위한 세월이었단 말입니까. 평생 동안 다른 이들을 지혜로 이긴 적은 있었으나 이처럼 당해본 일은 처음입니다. 

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따졌지요. 이처럼 화를 낸 것은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한편 라반은 태연합니다. 이곳 관행상 언니보다 동생을 먼저 시집 보내는 일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언니 레아를 먼저 품에 안게 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왜 이제 와서 이야기하는 것입니까. 왜 7년 전에 미리 그 말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까.

라반은 말합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라헬도 주겠다. 그러나 일단 7일을 레아와 함께 채우라. 그 후에 라헬도 주겠으니 또 7년 동안 자신을 위해 일하라고 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처음 7년은 레아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라헬을 위한 7년이었습니다. 그런데 레아도 주고 라헬도 줄 테니 7년을 더 섬기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온전히 라헬 만을 사랑했습니다. 이제부터 라헬을 위해 7년을 섬기라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7년은 레아를 위한 7년이었다는 것입니까. 레아를 얻고자 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라반을 향해 더욱 쏟아 부으려고 하였습니다. 당신은 거짓말쟁이오. 사기꾼이오. 내 7년을 돌려주시오. 돌려달란 말이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라반에게 험한 말을 하는 동안, 저기 구석에 앉아서는 고개를 숙인 채로 소리 없이 우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레아였습니다.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레아가 저를 속이자고 한 것도 아니요, 모두가 자신의 아버지 라반이 계획한 일이고, 레아는 그저 순종했을 뿐이었습니다. 이미 저와 하룻밤을 보냈으니 제가 버리면 갈 곳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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