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야기

탄카(短歌)와 하이쿠(俳句)

홍성필 2018. 5. 1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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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일본의 탄카(短歌 - 와카(和歌)라고도 함)나 하이쿠(俳句)에 대해서 말을 해 보고자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신 적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이는 우리로 말하자면 시조 같은 것입니다. 

시조 같은 경우 3, 4, 3, 4 / 3, 4, 3, 4 / 3, 5, 4, 3, 즉 대부분 43글자로 이루어지지만, 탄카의 경우 5, 7, 5, 7, 7이며, 하이쿠는 5, 7, 5 만으로 구성되어있어 우리에 비하면 상당히 짧은 편입니다. 참고로 탄카의 경우 앞부분 5, 7, 5 부분을 가리켜 초구(初句)라고 하며, 뒷부분인 7, 7은 사구(四句)라고 합니다. 

시조는 글자 수 외에 달리 특별한 규정은 없으나 하이쿠의 경우에는 그 짧은 글자 안에 계어(季語)라고 하는, 즉 문자 그대로 계절을 뜻하는 단어가 반드시(!) 들어가야만 합니다. 

봄, 여름과 같이 계절명 자체가 들어갈 수 있으나 계절을 상징하는 식물이나 꽃, 과일, 또는 기타 사물도 이에 해당됩니다. 이에 대한 규정은 상당히 많으며 고어사전(古語辭典)을 보면 반드시 이 계어(季語)목록이 나와있습니다. 한 예로 버드나무, 동풍(東風) 등은 봄을 상징하는 계어에 해당되며, 사슴이나 감 같은 말은 가을입니다. 나아가 같은 봄이라 해도 3개의 월에 따라 또 계어가 바뀌기도 하여 여간 복잡하지가 않습니다. 

규정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마쿠라 코토바(沈詞)라는 것도 있습니다. 탄카의 경우에는 초구(初句) 중 처음 5에 들어가는 말을 뜻하며, 이 마쿠라 코토바는 다음 7에 이어지는 단어에 따라 자동적으로 바뀌는 것을 가리킵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하기사 여기서는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는게 낫겠네요. 

하지만 이것 만은 언급을 해야겠네요. 탄카를 말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오구라 햐쿠닌 잇슈' (小倉百人一首)가 있습니다. 이는 카마쿠라 시대(鎌倉時代)에 시인이었던 후지와라노 테이카(藤原定家)가 자신이 좋아하는 탄카를 1인 당 한 수씩 모두 100 수를 모아놓은 것으로서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일본식 카드 놀이로까지 발전해 왔습니다. 

이 놀이를 이른바 카루타 놀이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카루타는 'CARD'와 발음이 비슷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역시 그 어원은 비슷합니다. 즉 모두 라틴어인 'carduus'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카루타'인 경우는 아마도 일본과 교역활동이 활발했던 폴트갈에서 따온 것이라 여겨집니다. 폴투갈어로 철자도 'carda'니까 그럴 듯도 하지요? 

여담이 겉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듯 하지만 조금 더 덧붙이자면 일본은 1543년에 폴트갈로부터 총을 들여왔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교역이 있어, 지금 우리 사회의 영어처럼 지식인들 중에서는 폴트갈 어를 공부했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카루타'라는 놀이가 지금도 전해내려오고 있다는 점은 말씀드렸는데, 이 형태를 조금 설명해보자면, 우선 참가자들 사이에 사구(四句)가 적힌 네모난 카드 100장이 놓여집니다. 이 카드 이름을 토리후다(取札)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진행자는 초구(初句)와 사구(四句) 모두가 적힌 카드를 100장 가지고 있습니다. 이 카드를 요미후다(讀札)라고 하는데, 즉 진행자가 가지고 있는 카드에는 43글자가 모두 적혀 있으나 참가자는 마지막 14글자 밖에는 볼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진행자가 탄카를 초구(初句)부터 읽기 시작하면 참가자는 가급적 빨리 토리후다를 집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00개의 탄카를 외우는 것은 기본이겠지요? 이 놀이는 보통 정월 초하루에 많이 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탄카나 하이쿠는 지금도 사람들과 친밀감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예전에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サラダ記念日(샐러드 기념일)'은 젊은 여류 작가인 '타와라 마치'가 사랑에 대한 탄카를 현대식으로 지은 책입니다. 

다음에는 이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색다른 센류(川柳)에 대해서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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