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5장 추궁 제7회

홍성필 2021. 8. 1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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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추궁 제7회

당신이 이방인이었다는 것이요? 아니요. 그런 것 따위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그날 폐하 앞에 당당히 섰던 모습, 청정한 폭포수처럼 흘러나오듯 꿈 해석을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았다면, 이 이집트 어디를 찾아보아도 당신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여인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도 여자로서 마찬가지지요. 당신이 총리가 아니라 또다시 노예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저는 당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제 인생의 모든 것을 바쳤을 것입니다.

닭이 밝던 날,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지요. 미디안 상인들에 의해 이집트로 끌려올 때의 일 말입니다. 그 때도 달이 밝은 밤에 하늘을 바라보았더니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이 큰 보름달과 수많은 별들이 보였다고 했지요. 그 달과 별들을 보시며 당신은 얼마 전 꾸었던 꿈 생각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꿈속에서는 해와 달과 열한 별들이 내게 공손히 절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해주셨던 말씀, 자손을 하늘의 별들과 같게 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꾼 꿈은 분명 소망이었고, 아브라함도 보았을 저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역시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소망이었다. 그러나 당시 밤하늘에 떠있던 달과 별들은 하나같이 나를 비웃고 있었다. 미래도 소망도 없이 그저 차갑게 비웃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은 바닥을 보았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삶의 바닥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형제들로부터 모진 일을 당하고 은 이십에 팔려서 이곳 이집트까지 끌려왔을 때의 일 말입니다. 당신은 그 때 지옥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 말씀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향유처럼 온유한 당신의 어디에서 그런 끔찍한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겠습니까. 

저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풍족한 삶에 길들여져서 그랬을까요.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말을 할 때 당신은 매우 쓸쓸해 보였습니다. 평소에 저를 바라보는 눈빛은 온유했지만 과거에 대한 말씀을 하실 때에는 항상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열일곱의 나이에 노예로 끌려온 당신,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을 감당해야 했을까요. 노예살이 만이 아니라 감옥에서도 오랫동안 지내셨을 때의 그 마음의 상처는 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당신은 말 못할 어려운 과거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역경을 힘으로 만드실 줄 아는 분입니다. 보디발 장군 댁에 머물면서 당신은 이집트를 배웠습니다. 언어와 문화를 배워가셨죠. 왕의 감옥, 권력의 희생양으로 내몰린 자들이 들어가는 감옥에 갇혀있을 때에는 왕실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고 제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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