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5장 추궁 제11회

홍성필 2021. 8. 1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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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추궁 제11회

당신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아브라함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이삭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야곱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아니, 어디 그뿐인가요?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하는 당신의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후예가 바로 저들이기 때문에, 그리고 하나님이 저들을 아직도 살려두었기 때문이죠. 아닌가요?

당신은 언젠가 제게 이런 말씀도 해주셨지요? 하나님은 침묵하는 하나님이라고 말이에요. 아브라함과 이삭에게는 많은 말씀을 하셨으면서도 하나님께서 당신에게는 침묵을 지키고 계신다는 말씀을요.

하지만 제가 감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침묵한 것은 당신의 하나님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었습니다.

당신은 세 가지 침묵을 하셨습니다. 하나는 사랑에 침묵했고, 둘째는 자비에 침묵했고, 셋째는 용서에 침묵하셨습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제 몸과 마음을 다하여 사랑했습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제 사랑에 침묵하셨습니다. 아니라고 하지 마세요. 저도 알아요. 당신도 저를 사랑해주셨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 사랑은 <사브낫-바네아>로서, 이집트 총리로서 저를 사랑해주셨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브낫-바네아는 당신의 반쪽에 지나지 않아요. 당신의 나머지 반쪽. 그것은 요셉으로서의 당신입니다. 당신은 저를 요셉으로서는 사랑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요셉으로서의 사랑은 저를 향한 것이 아닌, 당신이 가나안 땅에 두고 온 베냐민을 향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하였건만 당신으로부터 받은 것은 반쪽 짜리 사랑뿐이었습니다. 저는 당신의 모두를 사랑하고자 했습니다. 총리로서의 높은 관직에 있는 당신만이 아니라, 당신 아버님의 열한 번째 태어난 아들로서, 미디안 상인에게 팔려갔던 동생으로서, 무고하게 오랫동안 죄수가 되었던 노예 요셉으로서도 당신을 사랑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제 마음을 받아주지는 않았습니다. 요셉으로서의 당신은 오직 베냐민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바라볼 때도, 산을 바라볼 때도, 하물며 저를 바라볼 때도 그 눈 속에는 저 외에 베냐민이 있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여인의 하찮은 질투나 시기심으로 말씀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얇은 유리 구슬처럼 건드리기만 해도 깨져버릴 것만 같아 보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사브낫-바네아와 살았을 뿐, 요셉에 대해서는 짝사랑만을 해온 세월이었습니다. 당신은 저를 향한 사랑에 침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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