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요셉의 재회

[요셉의 재회] 제5장 추궁 제12회

홍성필 2021. 8. 1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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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추궁 제12회

당신은 자비에 침묵하셨습니다. 저는 기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와서 식량을 구할 때의 당신 눈빛을 기억합니다. 돈이 떨어졌다고 하면 가축을 내라 하고, 가축도 떨어졌다고 하면 토지를 내라 했습니다. 그들은 이제 토지를 잃고 노예 신세가 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한 가지 묻겠습니다. 그것도 당신 하나님이 시키셨나요? 그들의 토지를 몰수하고 그들을 소작농으로 전락시켜 비싼 세금을 바치게 하라고 당신의 하나님이 시키시던가요? 당신은 온유한 사람입니다. 고난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당신이야말로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는 자비와 은혜 베풀기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매정하신 분입니다. 당신에게 땅을 팔러 온 사람들이 타국민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이집트 백성입니다. 자유인이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토지를 몰수하여 폐하 소유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당신한테는 폐하의 웃음만 보일 뿐, 그들의 눈물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당신은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자비에 침묵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제 용서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당신 형님들에 대한 용서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 베냐민입니다. 당신의 베냐민에 대한 마음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베냐민은 당신 형님들의 죽음을 원하고 있을까요? 같은 라헬 어머님의 아들인 당신 손이 피로 물들기를 기뻐할까요? 그렇게도 형님들을 죽이고 싶다면 좋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 누가 당신을 처벌할 수 있겠습니까. 그 누가 당신을 또다시 옥에 가둘 수가 있겠습니까. 이 나라 국민들의 절반을 학살한다 하더라도 폐하는 용납하실 것입니다. 하물며 이방인 몇 명을 죽인다고 해서 제아무리 넓은 이집트라 하더라도 그 누가 당신을 정죄하겠습니까. 제게 말씀하세요. 어떤 칼을 대령할까요. 폐하께서 하사하신 보검을 쓰시겠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토지를 빼앗고 노예로 만들어버린 소작농들이 쓰는 저 낫을 가져오라 명하시겠습니까.

각하. 부탁입니다. 제발 부탁 드리옵니다. 반 쪽짜리 사랑으로도 만족하겠습니다. 아니, 그 반쪽 사랑마저 거두어가셔도 좋습니다. 부디 그 원망을 거두어주세요. 부디 그 증오의 불을 꺼주길 바랍니다.

노여워 말고 제 말을 들어주세요. 제 눈에는 당신 자신이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로 인해 점점 더 시커멓게 타 들어가는, 당신 자신이 점점 더 가늘게 시들어져 가는 심지처럼 보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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