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야기

어느 歌人의 죽음

홍성필 2018. 4. 2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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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에서 여행사에 근무할 시절, 나는 손님들을 차에 태울 때 몇 종류의 CD를 만들어놓아 손님의 분위기에 따라 음악을 틀곤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컨벤션 중 비교적 한국인들이 많이 참석하는 컨벤션이 열리고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어느 손님들을 태웠는데, 나이는 비교적 나보다는 약간 위 정도가 되어 보이는 손님 네 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저 항상 듣던 음악을 틀어놓았을 때의 대화내용이다.


“김 OO 노래네요?”


“예. 저희 세대 사람들은 많이 좋아하죠.”


“김 OO 노래 좋아하세요?”


“그럼요. 하지만 어떤 손님들은 싫어하세요. 이런 노래는 돈 잃고 집에 갈 때나 듣는 노래라면서요.”


그냥 하는 말이려니 하고, 나도 그저 농담조로 짧게 대답했다.


잠시 웃고 나더니 그 손님이 말을 잇는다.


“제가 김 OO 친구예요.”


“네에, 그러세요.”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라스베가스에서 살면서, 그리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가끔 허풍이 센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학벌도 최하가 연고대, 한국에서의 직장도 대부분 삼성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미 그런 말들이 ‘한 귀로 들어왔다 한 귀로 나가는 것’도 아닌, 아예 귀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 때도 역시 그런 가보다 하고 나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듣고 있었는데, 말을 들어보니 전혀 없는 말 같지는 않았다.


그 손님의 말을 듣는다.


“OO이가 그런데 죽었잖아요?”


“어? 죽었어?”


뒤에 있던 일행 중 하나가 말을 한다.


“그럼. 그게 언제적 얘긴데. 한 십년은 됐을걸? 근데 아저씨는 왜 죽었는지 아세요?”


“글쎄요. 제가 그 때는 한국에 있을 때였거든요. 뉴스에서는 히트곡이 안 나온다 뭐 그런 이유 때문에 술 먹다가 목매달아서 죽었다고 하는 말을 들은 것 같긴 한데, 설마 그런 이유 때문에 죽을 위인은 아닌 것 같구요.”


“에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OO이랑 저는 중3 때와 고1 때 같은 반이었거든요. 맨처음에 걔네들이 만든 그룹 동OO도 다 그 동네친구들끼리 만든 거예요. ‘OO에서’ 같은 노래는 그때 반에서 애들 모아놓고 부르면서 ‘야, 이 노래 좋지 않냐?’ 뭐, 그랬었거든요.


그랬는데, 그 녀석이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결혼할 때는 친구들이 그런 말을 했었어요. ‘너 같이 좀 띨한 녀석은 그렇게 좀 깐깐한 여자를 만나야 돼’. 그런데 사실 그 마누라와 그 여자 어머니가 보통이 아니거든요.


결혼을 한 후부터는 그 녀석한테 들어오는 모든 돈을 다 그 여자와 어머니가 관리했어요. OO이한테는 돈 한 푼 안주면서 말이죠. 그러더니 O대 앞에 건물을 하나 사더라구요. 에이, 물론 그 여자 이름으로죠. OO이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었다니까요.


그러던 중에 OO이가 어느 방송국 방송작가를 알게 된 거예요. 그 때는 정말 ‘사랑 다운 사랑’을 하게 된 거예요. 그랬는데 이게 들통이 났거든요. 그 여자와 어머니한테 말이에요. 그래서 그 둘이 어떻게 하기로 한 줄 알아요? 둘이서 방송작가를 아주 족쳐버리기로 한 거예요. 허구헌날 방송국에 찾아가서 그 작가를 괴롭히고 그랬다더라구요.


그런 일들이 계속되니까 참다가 못해 유서를 남겼어요. ‘죽어서 다시 만나자’. 그리고는 자기집 베란다에서 전기줄로 목매달아 죽은거죠.


그런데 OO이 장례식 때가 더 가관이었어요. 그 여자 둘이 어땠는줄 아세요? 조문객들 들어올 때 OO이 친구처럼 보인다 하면 멱살을 잡고 난리를 치는 거예요. 네놈들이랑 어울리다가 바람 피웠다면서 말이에요.


지금 그 두 사람들이요? 한 달에 1,500~2,000 정도 들어오는 OO이 인세 받아먹으면서 잘 살고 있죠. 그 꼴을 보다 못해 OO이 친아버지가 소송을 걸었다는 거 아니겠어요? 법적으로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얼마나 울화통이 터지면 소송까지 걸었겠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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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대략 이와 같은 내용을 들었다.


오늘 밤, 그의 노래를 다시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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