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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2회

제1장 결단 제2회 어머니는 나를 낳으시고도 만족을 못하셨지. 그도 그럴 것이, 레아 어머님은 자식이 일곱이고, 실바 어머님과 빌하 어머님도 자식이 둘 인데, 우리 어머니가 나 하나로 만족하실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십여 년이 흐른 후에 마침내 다시 아이를 가진 것일세. 내 이름에 담겨진 기도가 드디어 성취되는 순간이 온 것이외다. 이제 아버지도 기력이 쇠하셔서 마지막 기회였다는 것을 분명 아셨겠지. 그런데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세겜에서 헤브론으로 가는 그 길에서 아이를 낳으실 때에 내 어머니는 비명에 돌아가시고 말았네. 아아! 그토록 바라셨던 자식을 제대로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던 그 심정을, 그 원통함을 누가 알아주겠는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에게..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3회

제1장 결단 제3회 하루는 내가 꿈을 꾸었네. 내가 형들과 함께 밭에서 곡식 단을 묶고 있었더니, 내 단이 높이 들리고 형님들의 단이 내 단을 보고 둘러서서 절을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또 하루는, 꿈속에서 하늘에 떠 있는 해와 달과 열한 개의 별들이 나한테 절을 하더군. 그 꿈들이 너무도 신기해서 내가 그만 아버지와 형님들에게 말을 하고 말았다네. 생각이 짧은 짓이었다는 사실을 당시는 알아차리지 못했었지. 사랑하는 나의 아스낫이여. 이런 나를 당신은 원망할 텐가? 고맙소. 나는 당신의 그와 같은 자비로운 마음에 위로를 받습니다. 의지할 곳도 사람도 없는 객지에서, 폐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와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르오. 하지만 나와 피를 나누었다는 형님들은 그와 같은 인정도 사..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4회

제1장 결단 제4회 그리고 나는 어딘가로 팔려갔네. 그곳이 황제폐하의 친위대장 보디발 장군 댁이었지. 나는 겁에 질렸었소. 이집트 말도 모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니 말이오. 그러나 보디발 장군은 자비로우셨네. 예닐곱밖에 안 되는 어리고 비천한 노예에 불과한 나를 홀대하지 않으셨소. 아니, 홀대는커녕 얼마 뒤에는 집안 일을 모두 내가 관리하도록 해주셨다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 은혜에 보답해드리기 위해서라도 나는 열심히 일했소. 넓은 저택을 정비하고, 가족 분들을 보살피기 위해 식량창고 관리와 청소, 빨래, 요리에 자금관리까지 모든 것을 내게 일임하셨소. 나는 새벽에 눈을 뜨고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열심히 일했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리도 열심히 일했는지 모를 정도라오..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5회

제1장 결단 제5회 다름아닌 보디발 부인 말이외다. 입에 담기 조차 민망하오. 생각해보시게. 비천한 나를 믿고 내게 기쁨과 행복과 평안을 누리게 해주신 자비로운 장군을 내가 어찌 실망시켜드릴 수가 있겠소. 보디발 부인이 나를 침실로 유혹했을 때 그 손을 뿌리치고 나왔으나, 나를 미워한 부인은 결국 어이없는 거짓으로 장군의 화를 불러오고, 나는 감옥에 갇히고 말게 되었소. 내가 잠시 누렸던 평화는 고작 10년도 가지 못했네. 이럴 수가 있겠는가.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내가 주인의 재산을 단 한 푼이라도 속인 적이 있는가. 주인의 재물을 탐내기라도 한 적이 있었는가 말이오. 그렇다면 내가 내 이웃을 해한 적이 있었던가. 내가 죄를 지은 적이 있었느냐는 말이오. 나는 내 아버지 야곱의 하나님 이..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6회

제1장 결단 제6회 몇 날 며칠을 나는 감옥 담장을 바라보며 실성한 인간처럼 살았었소.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은 채 그저 하라는 노동만을 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때리면 아무런 생각 없이 맞곤 했었네. 더 이상 나는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지요. 도대체 무슨 기력이 있겠소이까. 내가 나와 내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였으나 형님들의 시기와 질투로 인하여 노예로 팔려버리고 말았소. 이제 명백해지지 않았는가. 내 아버지가 섬기던 신이 있다면 그는 바로 내 불행을 바라는 이요, 내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자요, 내 노력을 짓밟아버리는 무자비한 신이라고 확신했네. 나는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도 잃었으며 형님들도 잃었고, 마지막 희망으로 남았던 내 아버지가 섬기던 신 여호와 하나님도 잃었..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7회

제1장 결단 제7회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보고 싶어하는 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소. 그게 누구겠는가. 그렇소, 바로 베냐민이오. 아아, 베냐민! 지금 이 날까지 한 번도 잊지 못한 내 사랑하는 동생 베냐민! 나를 없이하려고까지 할만큼 증오했던 그들이 베냐민을 또 어떻게 했을지! 아아,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살아나 있는지, 아니면 이미 그들의 흉포에 찢기고 말았는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의 아들. 이 세상에서 가장 진한 피와 살로 묶인 형제, 이 세상에서… 이 세상에서… 아아, 베냐민! 나는 너를 지켰어야 하거늘, 내 삶의 이유는 오직 너를 지키는 것이었거늘, 이 못나고 죄 많은 너의 형은 이곳 머나먼 타향에 있으면서 너의 소식조차 듣지 못하고 있구나. 베냐민! 나를 용서해다오! 살아 있느..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8회

제1장 결단 제8회 내가 예전에 말을 하지 않았었나? 하루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 있었는데 말이오. 내가 있는 감옥에 두 관리가 수감되었는데, 그 분들이 들어오던 날에 장군께서 내게 직접 지시하시기를, 그 두 분을 나더러 보살펴드리라는 걸세. 그 양반들은 하나는 폐하의 술 담당관이고 또 하나는 폐하의 떡 담당관이었소. 당신도 아시다시피 두 사람 모두 폐하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분이기에 평소라면 얼굴조차도 보기 힘든 분들이지 않나. 하지만 지금은 죄수 신분이고, 이곳 감옥은 나를 믿어주는 간수장 덕분에 내가 모두 관리하고 있었으니, 머지않아 그들과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네. 나야 노예로 팔려와서 온 것만도 모자라 감옥에 갇힌 신세이지만, 그 분들은 최고관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갇힌 분들이니 얼마나 고달프셨겠..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9회

제1장 결단 제9회 술 담당관이 꾼 꿈은 틀림없이 회복을 의미하는 꿈이었소. 자유를 회복하는 꿈이었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망설였네. 만일 내가 해 드린 꿈 해석대로 되지 않고 일이 안 좋게 되면 큰 일이 아니잖소. 그러나 주저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네. 술 담당관의 수심에 가득 찬 얼굴, 나를 믿고 꿈을 말해주신 그 신뢰를 져버릴 수는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 속에 끓어오르는 확고한 자신감이 내 입을 열어버리고 말았네. 그 분이 보았다는 나뭇가지 세 개는 3일을 상징하는 것이니 3일 안에 당신은 누명을 벗고 복직될 것이라고 말씀 드렸네. 그러자 불안감에 사로잡혔던 술 담당관의 얼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하더군. 그럴 만도 하지. 자신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의 확신에 찬 말은 큰 ..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10회

제1장 결단 제10회 나는 술 담당관에게 매달렸네. 소망을 걸었지. 제발 나를 기억해달라고, 제발 나를 잊지 말아 달라고, 제발 나를 나가게 해달라고, 제발 나를, 제발 나를……. 그런 절박한 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술 담당관은 제 꿈의 해석이 좋은 것을 듣고는, 알았다, 알았다며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네. 참으로 야속하기 이를 데가 없더군. 그러자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떡 담당관도 자신이 꾼 꿈을 들어달라는 게 아닌가. 아마도 술 담당관의 해석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도 마음이 들떴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의 꿈이 술 담당관이 꾼 꿈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묘하더군. 아니, 묘하다는 표현은 옳지 않소. 지극히 흉측한 느낌이었소. 떡 담당관 말에 의하면, 의 꿈속에서도 마찬가지로 ‘3’이 등장했네. 자..

[요셉의 재회] 제1장 결단 제11회

제1장 결단 제11회 그리고 3일이 지났소. 감옥에 갇히고 난 후, 아니, 이집트로 끌려온 이후 그 3일은 대단히 특별했소. 그렇지. ‘기다림’이라는 것을 내가 처음으로 맛본 날이라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다림’이라는 경험을 해본 날이었는지도 모르겠더군. 철이 든 이후 나 자신의 인생은 거기에 없었소. 노예라는 신분인 내게 무슨 힘이 있었겠소. 아무런 결정권도 아무런 선택지도 없었지. 자유를 배우기 전 복종을 배웠소. 웃음을 배우기 전 주인 안색을 살피는 것부터 배웠네. 입 열기를 배우기 전 입을 다물고 귀 열기를 배웠소. 내 주장을 하기보다도 뒤로 물러서는 것부터 배웠던 것일세. 모든 것은 강제로 시작해서 강제로 끝났지. 나 자신을 생각하기에 앞서 내 주인님을 위해 움직여야 했었기에 말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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