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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6회

제3장 고뇌 제6회 아아, 장손. 아아, 장자권. 제가 태어날 때부터 그토록 원했던 장자권을 저 자는, 저 붉고 털북숭이에 짐승을 쫓아다닐 줄 밖에 모르는 에서는 제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얻을 수 없는 장자권을 아무런 노력 없이 차지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장자권은 사치입니다. 무용지물입니다. 값진 진주를 돼지 앞에 던져주는 것이나 다름 없는 노릇입니다. 저는 기회를 노렸습니다. 아아, 참으로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온 것입니다.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에서는 사냥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장손으로서의 책임을 잊지 말고, 어디를 가든지 몸조심 하도록 일렀으나 에서는 언제나 이를 경솔하게 여기며 한쪽 귀로 흘려 들었습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7회

제3장 고뇌 제7회 그러자 에서는 말합니다. 장자의 명분? 내가 지금 배가 고파 정신이 혼미한데, 먹을 수도 없는 장자의 명분이 뭐가 대수냐. 여기서 안심하면 안 됩니다. 기회는 한 번 뿐입니다. 단단히 다짐을 받아 놓아야 합니다. 저는 재차 확인했습니다. 형님, 그렇다면 장자의 명분을 이 야곱한테 파시겠다고 맹세해주세요. 예상했던 대로 그는 화를 냅니다. 알았어. 맹세해. 맹세할게. 장자의 명분 따위는 너나 다 가져라. 그러니, 어서 그걸 내놓으란 말이야 그 순간, 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떡이고 팥죽이고 간에 모든 것을 버리고 기뻐 뛰어다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해야 합니다. 침착하게 일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에서가 저에게 장자권을 팔았으니 대금을 지불해야만 하지요. 그렇지 않는다면 계약 ..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8회

제3장 고뇌 제8회 그는 아버지의 바램을 무시한 채, 아브라함의 고향인 ‘아람 나하라임’, 그러니까 메소포타미아가 아닌 헷 족속 여인을 사랑하여 결혼까지 해버렸던 것입니다. 그것도 두 아내를 한 번에 맞이한 것입니다. 어쩌면 이리도 무지할 수가 있을까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택하시고 이루려고 하시는 그 뜻을 알지도 못하고, 그저 자기 눈에 좋을 대로 행동하는 저 어리석은 에서의 모습이라니요! 보십시오. 이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얼마나 근심하셨는지를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에서에게 효심이 있다는 말도 거짓이요, 장자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것도 거짓이요, 하물며 아브라함의 축복을 이어 나갈 능력이 있다는 것도 거짓입니다. 그는 어차피 세속적이고 어리석은 인간입니다. 그가 사랑한 것은..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9회

제3장 고뇌 제9회 당신이 사랑한 에서를 보십시오. 그는 하나님의 계획을 모릅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아브라함과의 언약도 모릅니다. 하나님도 에서는 미워하실 것입니다. 그가 있는 곳은 황폐해지고 그가 가진 모든 재산들은 광야에 있는 이리떼들에게 넘겨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야곱은 에서보다 강해질 것이요, 에서는 야곱을 섬기게 되어야 마땅합니다. 하나님은 이 야곱을 사랑하십니다. 이 야곱이야말로 언약의 혈통을 이어갈 인물인줄 왜 모르십니까. 왜 인정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당장이라도 아버지 앞으로 달려가서 제 마음을 쏟아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가슴 속에서 또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돼! 머물러 있으면 안 돼! 팔을 뻗어! 손으로 잡아!” 어머니는 제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10회

제3장 고뇌 제10회 아버지……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부르자 조금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십니다. 그러면서 고개를 이 쪽으로 돌리시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상상이 가십니까. 아버지는 물으십니다. 그래, 나를 부르는 너는 누구냐.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저는 결사적인 각오로 말씀 드렸습니다. 에서입니다. 아버지 장자인 에서입니다. 분부하신 대로 사냥한 염소로 요리를 만들었으니 마음껏 드십시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미심쩍은 눈치입니다. 목소리도 목소리이지만 사냥하고 요리를 한 것치고는 너무나도 일찍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알고는 있었으나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기회는 단 한 번 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제 팔을 쓰다듬었습니다. 목소리는 야곱인데 팔은 에서라면서 몇 번..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11회

제3장 고뇌 제11회 그러나 다소 계산착오는 있었습니다. 만약 에서가 이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팔았을 때처럼, 금새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어머니가 황급히 저를 찾아오시더니 어서 도망치라고 합니다.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에서가 저를 죽이겠다며 찾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솔직히 에서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였겠지요. 하지만 이제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일은 이미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난 다음 자신의 고향으로 도망치라고 합니다. 에서의 화가 풀린 후에 다시 불러오겠다고 합니다. 제가 속인 아버지를 염치도 없이 어찌 만날 수 있겠습니까.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12회

제3장 고뇌 제12회 얼마나 걸었을까요. 외삼촌 라반을 찾아 갔더니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참으로 반갑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여 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 저는 한 달 동안 그 집에 머물면서 외삼촌의 일을 도왔습니다. 그러는 저를 불쌍히 여겼는지, 아무리 친척간이라 하더라도 무보수로 일을 하도록 할 수는 없다면서 제게 월삯을 정하라고 하더군요. 그때 마침 제 머리에는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지요. 아내를 맞이할진대 가나안 딸들이 아닌 라반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라는 말씀입니다. 그에게는 당시 두 딸이 있었습니다. 위는 레아, 동생은 라헬이었습니다. 아아, 라헬. 그녀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밧담하람에 도착하여 처음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저는 철도 없이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들판에서 양을 모는..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13회

제3장 고뇌 제13회 희락과 포도주에 취했기 때문일까요. 자리에 눕자 저는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어갔습니다. 난생 처음 여인을 안은 것 같았으나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그래도 저는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라헬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얻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게 웬 일입니까. 아침에 일어나보니 제 곁에 누워 있는 이는 라헬이 아니라 그의 언니 레아였습니다. 그녀는 시력이 약해서 실수로 제 곁에 누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외삼촌 라반이 저를 속이고 라헬 대신 레아를 제 옆에 누인 것이었습니다. 라반은 나쁜 사람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지나간 7년은 누구를 위한 세월이었단 말입니까. 평생 동안 다른 이들을 지혜로 이긴 적은 있었으나 이처럼..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14회

제3장 고뇌 제14회 알겠습니다. 됐습니다. 좋습니다. 저는 라반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이대로 나가게 된다 하더라도 제게는 아무런 재산이 없습니다. 숙식 말고는 오직 라헬을 위해 보수도 없이 7년 동안 일을 해왔기에, 이대로 나가서 가정을 꾸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머리 속에서 라헬이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나, 언니 레아를 생각하니 측은하게 여겨졌습니다. 라반은 레아를 여종 실바와 함께 주었습니다. 저는 레아를 위로하고 약속대로 7일을 그녀와 함께 보내기로 했지요. 내심 불안감을 지울 수는 없었으나 다행히 7일 후에 라반은 라헬을 여종 빌하와 함께 주었습니다. 아아, 라헬과의 결혼생활은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이미 나이는 여든을 넘겼으나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는 ..

[요셉의 재회] 제3장 고뇌 제15회

제3장 고뇌 제15회 분명 이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큰 민족을 이루게 해주시겠다고 하였으나, 큰 민족은커녕 아이 하나 낳지도 못했습니다. 아브라함은 기다렸습니다. 아니, 더욱 고대했던 것은 조모 사라였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아이를 주신다. 후사를 주신다. 그녀는 인내하고 또 인내하였습니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요. 사라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기다릴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자기를 대신하여 자신의 여종인 하갈을 통해서 득남하게 해달라고 아브라함에게 당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이가 이스마엘 아니겠습니까. 그 누구도 사라를 탓할 수는 없겠지요. 어쩌면 그녀는 10년을 기다렸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하여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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